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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억에 남는 하루Diary/일상 2019. 3. 18. 23:45
비슷한 나날 중에서 유독 오래 기억에 남는 하루들이 있다. 왠지 오늘도 그런 날이 될 것 같다. 날도 좋고 볕도 적당한 날에 가까운 시내를 걸으면 자주 다니던 동네와 다른 기분이다. 맛있는 것도 먹고 예쁜 공간에 가기도 한다. 그러면 평소와 다른 생각들이 난다. 자주 만나는 친구와 항상 하는 이야기가 거기서 거기인 것 같지만 그래도 그날의 기분, 고민거리에 따라 다양한 양상이다. 오늘 한 이야기는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유익한 대화였던 것 같다. 이야기를 하다보면 듣기만 하거나 말하기만 하거나 해서 항상 찜찜함이 남는다. 그것을 적당한 비율로 조절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. 또 재밌는 탁구 경기처럼 대화의 핑퐁이 잘 되기도 참 어려운 일이다. 오늘처럼 그게 되는 날이, 되는 사람이 간혹 있다. 이런 날은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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커피와 계획Diary/생각 2019. 3. 17. 10:09
나는 커피 사업 종사자는 아니지만 커피는 내 일상과 계획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.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누구나 커피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알 것이다. 나의 경우에는 주말에는 카페에서 일을 하고, 평일에는 주로 카페에서 중요한 계획들을 세우고 수행한다. 집에서는 새하얗고 무력하던 뇌가 커피를 마시고 카페에 앉아있으면 일을 하기 시작한다. 내 생활 전반에서 중요한 계획들 뒤에는 아마 거의 모든 순간 커피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. 커피의 힘이란~백수생활에서 조금 덜 죄책감(?)을 느끼며 할 수 있는 지출이자 외출이 카페인 것 같다. 최소한의 외출이다. 나는 내가 복잡한 심리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었는데 사실은 단순했다. 우울할 땐 아마도 햇빛을 오랫동안 못 쬐어서 그렇다. 피곤할 때는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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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개 속 걷기Diary/생각 2019. 3. 16. 10:29
대학교에 입학해서부터, 아니면 고등학교 3학년 쯤부터 미래에대한 막연한 걱정이 시작됐다. 고등학생때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면 왠지 앞으로 웰빙하지 못할것같아서 걱정이 됐다. 운이 좋게 대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한동안 내 마음대로 다 해도 될 것 같았지만 자유도 얼마 가지못했던 것 같다. 그맘때 쯤 인문학 강의에서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에 대해 배웠다. 자유는 무조건 좋은 것만을 주지 않는다.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만큼 실패도 도처에 널려있고, 그에 대한 감당도 자기 몫이다. 자아를 의탁하고 싶은 욕구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. 그리고 스스로 뭔가를 주도해본 적이 그다지 없는 내가 자유에 취약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. 자아, 자존감, 능동적, 주체적 같은 모든 단어들이 나의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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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볍게 시작하기Diary/생각 2019. 3. 13. 23:59
무언가를 시작할 때 꼭 잘 짜여있어야 하거나 거창할 필요는 없다. 영화 『영원한 순간』에서 마리아처럼 우연한 계기로 손에 쥔 카메라로 일상을 넘어 인생의 굴곡을 필름 속에 간직할 수도 또 바람에 흘려보낼 수도 있다. 나무를 심다 보면 숲이 될 수 있다. 사실은 알면서도 시작에 앞서 걱정이 눈앞을 가리고 그 걱정을 해결할 수많은 방법들을 생각하느라 다른 길로 새 버린다. 블로그 시작하기도 그렇지만 그림도 그렇다. 그림 그리기를 대비하기 위해 자료를 찾는데만 한 시간이다. 그러고 나서 백지로 한참을 놔둔다. 그런데 이런 망설임도 사실은 내 시간적 여유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. 만약 이 일에 내 생계가 달려있었다면? 나의 물질적 손해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면? 그랬다면 아주 열심히 했을 것이다. 내가 면접..